김씨표류기 영화(및 연극.뮤지컬.드라마)

그녀가 버스를 잡으러 가녀린 팔과 다리를 흔들며..
3년은 그대로 길었을 빗질도 안한 머리카락을 마구 흩날리며 달려간다...
그녀는 버스를 따라잡을 수 없다.
뻔하다.. 뻔하게.. 주변 사람들이 잡아 줄 수도 있고,
버스안에 손님들이 기사양반에게 세워달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민방위 훈련을 택했다.
일년에 두번.. 봄과 가을.. 그날이 온다. 전 세상이 스톱하는 그날...
그녀가 그에게 갈수 있도록, 불가항력적인 세상이 정지되는 순간이 왔다.

와우.

도심에 표류하는 그녀는...
이 시대에 치여 도피한 그를 향해 대화를 시도한다.
나와 똑같은 인간을 보게된 것이다.
자본이라는 것에 치어살다 루저가 된 그에게.
도피하면서도 십만원짜리 수표를 내밀어 짜장면 배달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소니DSLR을 비싼 렌즈를 써가며 살 수 있을정도로 여유있는 그녀..
그녀는 그렇기때문에 그를 관찰한다. 아 여자는 돈이 있어야해..



더 없이 권위적인 그녀는 그에게 '짜장면'이라는 '희망'을 손쉽게 보낸다.
허나 그는 손쉬운 '희망'을 져버린다.



와우.
거절한다?!



한대 맞은거 같다. 그 느낌..
마치 사랑이란건 예상치 못한 느낌.. 나와 같은 사람을 발견한 흥분...



그녀가 그를 잡으러 달려갈때,
히키코모리가 밖으로 나오는.. 그것두 대낮에.. 달려나오는 용단을 발휘할때
그때만이 그렇게 불가항력적인 일도 일어난다..

그녀가 달려갔다. 그녀가 달릴 때, 나는 자꾸 슬펐다..
자신을 드러내기 힘든 그녀의 모습을 보는데 자꾸 내가 겹쳐보였다.

아프고 나서 산 책이 있다. 마음을 치유해야 낫는다는..그 책을 읽으며, 부정도 동정도 하지 않은 채
내가 나으려면.. 내가 잘 살려면.. 나의 내면과 외면을 합체 시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이 우선이 되었다. 이게 아닌데.. 그래야했다.
그녀인 여자김씨랑 나는 엄연히 다르다. 근데 자꾸 슬프다.


그녀가 달려갈때 누군가가 떠올랐다.
내 맘은 장롱속으로 깊이 숨어버렸고,
그녀처럼 렌즈하나 쏙 빼놓고 관찰만 하다가 내 장롱문을 찾아주고 덜컥 열어주기만 바란다.



나와 똑같은 인간이 하나 보였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면, 하나도 안똑같다고 할테다.
하지만 내눈엔 똑같다. 와. 그 인간의 갈등...감성 하나하나가 모두 좋다.
그 인간도 그랬으면...싶었다...
그 인간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사실 관계없다. 이전 이야기들도 관심없다.
다만, 나랑 똑같은 그런 인간... 그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보듬어주고 싶었다.
차갑게 이야기도 해주다가 따뜻하게 호호 불어주며 만져주고도 싶었다.
그렇게 지내면 나보다 더 예민한 그 인간을 내가 더 감싸줄줄 알았다.
그런데 한쪽 구석에선, 약해지고 예민해진 내 어리석음이 '사랑'이라는 감정놀음에.. 그 게임에..
점차 끌려가고 지고 있다는 거... 못참겠다.
그거 알고 있었다. 자기방어가 장막을 치고 끌려가지 못하도록 힘겹게 지켜주고 있었다.
그리고나선 가끔은 끌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혼자 좋아했다. 잘 할 수 있을거 같았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일이 닥쳤다..
남들은 그럴만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에겐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그 일로 인해, 내가 보듬어주지 못할까봐 걱정되었고. 그 인간과 지금보다 더 멀어질까 두려웠다.
그럴바엔 멀리서 아주 멀리서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의도적이게 혹은 우연찮게..
그리고 결국 알아버렸다.
나 혼자만 노를 젓고 씨앗을 뿌리고 집을 짓고..

내 자신이 화가나 도리어 화를 내었다.
히키코모리..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그녀가 달린다.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일이 일어난다.


버스가 멈췄다.
그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My name is 김정연. Who are you?



계절이 또 왔다. 세상이 멈추는 그 계절이..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하지만, 내가 채워주지 못한 그가 가진 맘 한 구석의 빈틈을 꽉꽉 채워가며 행복하기를.


온 세상이 멈출 사이렌이 울리는 날...
사이렌소리가 웽~ 내 귓가에 들리는 날...
버선발로 뛰어나가는 모양새가 아닌...

다시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표류에서 희망으로...

덧글

  • Cephas 2009/09/21 09:05 #

    허세를 까면서도 또 나름의 허세가 있는..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서 스스로를 자학한 거 같습니다.
    전 요거 보면서 박수칠때 떠나라랑 참 비슷하다는 생각 들었어요.
    세상과 단절되어 버리면서 독백하는건 사드의 느낌도 받았구요.
    여튼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도. 어두침침한 영화.ㅋㅋ
  • cozet 2009/09/22 09:40 #

    환타지색이 짙은 드라마라서 그런지 저는 미셀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이 생각났어요. 봉준호감독의 '도쿄'에 얘기랑도 비슷해서인가..더 떠올랐나;;
    암튼 다른 세상의 같은 남녀가 어떻게든 만나는건 너무나 신나고 설레는 일인거 같아요.. 근데 현실과는 너무 다르니까 슬퍼요.. 그래서 더욱 단절이 느껴지는 걸까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cozettt's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