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영화(및 연극.뮤지컬.드라마)



황해의 두 남자는 역시 쫓고 쫓긴다.
나홍진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추격자'의 두 남자는 쫓고 쫓기는 이유가 딱 단편적이었다면
'황해'로 와선 넓은 황해바다처럼 추격의 스케일은 더 방대해졌다.

총 4부로 구성되는 영화에 1부마다의 호흡과 긴장은 대단하다.
그것이 나홍진이 가진 최고의 재능이겠고..
1부마다 클라이막스에서 마감하는 그 호흡은 그냥 숨쉴틈없이 몰아친다.
1막씩 끝나고 암전이되면 관객들은 이제서야 숨을 돌린다.
마치 눈앞에서 따귀를 때리려고 손을 번쩍드는걸 보고 움추려들듯 반응하는 사람처럼
관객을 움추리게 만드는 쥐락펴락의 재능은 '황해'에와선 더욱 만개한다.
이 영화의 신체훼손과 폭력묘사는 근래들어 그리고 슬래셔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정도로 극사실적인데.
오히려 극사실적으로 묘사되는 폭력장면은 너무 사실적으로 다가와 사실적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그 불편함이 관객을 멀어지게 만들정도다.
닥치는데로 뼈다귀든 뭐든 잡아들고 그냥 숨이 끊어질때까지 내리찍는 이 영화의 폭력묘사는
'김복남살인사건의 전말'의 낫질이 김복남이란 착취당한 여성에 낫질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하는
개연성이 극대화 된것과. '악마를 보았다'가 잔인성은 덜하지 않지만 오히려 감독의 나르시즘이나 기교가 묻어나기때문에
사실적이라는 생각이 좀 드물어서인지 오히려 불편한 맛은 적었다.
혹은 조금 약하지만 '아저씨'에서 보았던 소품으로 메타포를 가진다거나 인위적인 연출이 조금이라도 들어간듯 보였던
잔인한 폭력묘사와 다르게 '황해'에서는 영화 속 면정학(김윤석)의 직업이 개장수이듯..
개싸움으로 보여진다면 딱이겠다. 그 개싸움이 멍멍이 개가 아니고
정말 '개'같은 싸움말이다. 개떼들이 그냥 이리저리 엉켜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물어뜯는 그런 개싸움말이다.

[어느 동물의 뼈인지 무진장 궁금했다. 설마.. 사...사람은 아니겠지이...]

그래서,
쫓는 이유와 쫓기는 이유의 등장인물과 이해관계가 더 늘어났지만
추격자보다 몇배는 더 강해진 추격씬과 강하고 잔인해진 날것의 폭력이 늘어났지만
이 폭력이 정작 이 영화가 기댄 느와르의 비정함보다는
그냥 도끼로 내리찍고 식칼로 갈기 위해 존재하는 폭력으로만 보인다.
그냥 구남(하정우)의 개인사에서 이 장르에 주인공이 사건을 맞는 이야기의 오르막길과 억울한 누명에 이어
중후반부터는 얽히고 설킨 난장으로 변해가지만
마지막 이야기의 꼬투리가 잡히는 시점이 제대로 모두 와꾸가 한번에 그려지지 않는 것은
이런 폭력묘사가 방해하는 점도 조금 무시할 수 없다.
또 이야기를 헷갈리게 하는 점은 여성캐릭터의 비중이 작아서는 안되는 지점에 있음에도
여성캐릭터를 너무 안일하게 묘사한 점이다.
구남의 부인과 김승현교수의 부인.. 김태원의 내연녀와 김승현건물에 사는 아이와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
뭐랄까. 일부러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캐스팅한건지 그렇게 헷갈리게 하려는 의도였는지
대체 이 여자들은 모두 '돈'이란걸로 남자들과 섹스하고 같이 살아주는 여자들인가?

[엄마야 날 살려, 누렁이는 싫어;]

아무튼 이런 폭력을 이끌어내는 힘은 구남의 이야기이다.
구남의 캐릭터묘사나 구남의 움직임에 근간이 되는 사연 그리고 느와르적인 막판 숨은 이야기들은
인물들이 늘어나면서 각각 번호표를 받고 배정받는다.
허나 그 숨은 이야기는 그리 충격적이지 않고 누구나 예상가능하며 뉴스를 틀면 사회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사실 이 영화의 스릴과 이질감을 일으키는 것은 그런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선족 이라는 설정이다.
비문명에 대한 공포랄까..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같은 코믹영화에서도 북한은 스케이트 칼날로 사람의 목도 자르는 칼날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비춰진다.
이질감에서 오는 공포는 쌩판 모르는 남보다는 같은 소속에서 나온 거 아닐까.
북한이나 연변 등의 우리가 제대로 알 수 없고 이미지로만 접한 비문명의 인물들이 도시에서 벌이는 살육의 씨퀀스.
우리 주변에 도시화공단에서 혹은 3D업종에 분포하여 우리 대신 밑바닥을 받쳐주는 그들말이다.
조선족분들이 이 영활르 본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뭔가 또 하나의 숙제의 느낌.

[4885..또 너지?]

그런 장르적인 시선말고도 '오락영화'를 표방하는 이 영화에서의 볼거리는 그것뿐은 아니다.
올드보이의 17대1 장도리씬과 비슷한 느낌의 액션이 부산제6부두를 배경으로 배위에서 부둣가에서 펼쳐진다.
올드보이의 장도리씬이 예술적 기지가 더 돋보이는 롱테이크라면,
비록 롱테이크가 아닌 컷수가 나누어져있지만, 이 정도의 액션합이란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진빠지게 할정도다.

[최민식과 원빈보단 안멋있지만 괜차나..]

또한, 국내 영화 중 가장 현란한 카메라웍과 투입된 차량대수로 최고를 자랑한다.
카체이싱은 영화 속에서 가장 이해가 잘 안가는 액션인데, (굳이 도망가면 되지 위험하게 차로 미는건 이해할수없지만
멋있고 잼나라고 하느거니까;)
마치 터미네이터2의 T-1000이 쓰러진 트럭에서 기어나오듯 걸어나오는 하정우와 김윤석의 징글징글함을 맛보고 싶다면
이것 또한 이 영화의 재미라 하겠다.

[징글징글 안죽으면서 마지막 단서까지 주는 건 바로 나.. 양복입은 사장님, 나빠요.. ]

마지막 장면에 대한 것에 해석이 나뉠텐데..
글쎄, 초반부터 감독은 그런 '님은 먼곳에'에서 수애가 털끝하나 건드려지지 않은채로
끝나는 그런 초유의 말도안되는 아름다운 사태를 바란건 아니지 않을까?

추격자는 엔딩이 창문밖 도시의 불빛이 마치 내가 사는 세상 바로 옆 골목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느낌에
마지막 김윤석과 어린꼬마의 얄팍한 희망이라도 있었건만,
황해의 엔딩은 지금 그나마 있는 것들에 의해서 돈에 의해서 유린당하는 이 사회에서도 남은거 하나 없이 갈기갈기
찢기고 사라지는 최악의 주인공에 희망조차도 그저 꿈일뿐이라는 암시다.
게다가 '추격자'에서도 한바탕 실소를 자아내는 공권력의 모습은.
황해에서는 후반부엔 거의 유명무실하게 보여진다.

[공권력이 무너진 현주소]

이 영화에선 누가 죽고 누가 살고가 중요한게 아니다.
왜 죽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걸 받아들이는거 밖에 없다.
똥물에 구정물에 빠지고 벗어날 방법은 없다.
같이 허부적대며 서로를 끌어내리며 단1초라도 더 오래 숨쉬기 위해 그렇게 버둥댈뿐.

영화를 보고나와서
더러운 기분을 어떻게 씻어내야할까..싶었다.
이정도로 더러운 기분을 묘사를 왜 내가 느껴야했는가.
왜 근래의 한국대중영화의 최고화두가 이쪽으로 기울어지는가..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같은 작품이 주는 울림이라면 이해가 가겠는데..
그냥 날것의 폭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락인가?

+ 김태원의 내연녀가 참 내연녀같은 외모로 불필요하게 홀딱벗고 나오는 것을 보고
어떤식으로든 사건해결에 끼어있을거라 의심은했는데
생각보다 내연녀가 편집에서 많이 잘린느낌이라. 배우가 홀딱 벗은게 참 억울하게 보였다.;

++똥파리에서 양익준감독의 친구로 나왔던 정만식은 올해 '부당거래'에서 공수사관으로 코믹한 역을 선보여 더 큰 기대를
  갖게했는데 '황해'에서의 비중은 많이 약해서 아쉬웠다.


덧글

  • 2011/01/04 06:32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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