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영화(및 연극.뮤지컬.드라마)

대한민국에서 자란 90년대의 청춘들은 지금 숨쉬고 살아가는 인간들 중 '세대'라는 규정안에 어느정도 얽매여있는듯하다.
바로 오그라들듯 화두되던 'X세대'
지금에 비하면 그리 오랜 옛날도 아니지만,
아날로그감성이 드글드글 존재했고 느려터졌고 알 수 없었고 순수했던 시대를 보낸 마지막 청춘들.
물론, 이 땅엔 그 청춘들에게 머지않아 그렇게도 살려야한다고 외치며 '경제'관을 안겨주었기에
그렇게 낭만적인 마지막을 가질 수 있었던 행운아들인거 같기도 하고...

이렇게 정서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는 영화를
정서적인 면이 아니고 영화로서 생각해본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일지 모르겠으나,
'불신지옥'이라는 대단히 꽉 짜여진 좋은 영화를 만들었던 이 감독은 '불신지옥'보다는
만듦새가 헝거울 수 있지만, 90년대를 청춘으로 뚫고간 이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보다 더 순진하게 미화하여
예쁘게 그려내었다.
영화 속 '기억의 습작'이 모두 적절하게 쓰이진 않았지만
마지막 엔딩 후 '기억의 습작'의 첫소절이 울리는데
도무지 일어날 수 가 없었다.
각자 추억의 긴 터널로 빠져버렸을 거다.
그 '아련함'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복잡미묘함이 말이다.

영화가 15년전 서연(수지/한가인)의 시점이었다면 좀 더 공감할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그 보다는 그당시 공돌이 순진했던 남학생의 15년 뒤 환타지에 가깝다.
그때 그 '상년'이 사실 나를 좋아했고 잊지못한다는 것.
30대 남자관객을 위한 영화가 등장한 것도 나름 반갑다.

영화는 우린 누구나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고 말한다.
나를 가슴설레게 하고 발끝과 명치 한끝을 저리게 만든 사람이 어디 단 한명이었으랴.
그래도 그들 중 유독 떠오르는 사람이 분명있고, 서투른 타이밍에 접어야 했던 한 구석이 분명히 존재한다면
이 영화는 항상 어딘가 두고 꺼내어보고 싶은 예전 연애편지처럼 담아질 것 같다.
(영화 속 옛날 물건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한가인과 엄태웅을 보면서, 역시나 이루어지지 않아 
 아름다워야만 저런 것도 가지고 있겠구나.. 싶어졌다.-_-)

그 시대를 뚫고온 여자 공대생;출신으로 본 내 느낌은
승민의 태도.. 상당히 마음에 안든다. 어찌보면 이런남자가 나쁜남자일 수 있다.
물론 승민을 연기한 주체할 수 없는 설레임이 귀여운 이제훈의 연기는 너무나 좋았고 그걸 살려주는 조정석(이 영화이후로 더 뜰거 같다. 헤드윅의 조정석인지 몰라봤음.)은 영화의 여운뒤에 가장 기억나는 캐릭터이나
사실 주인공 남자 캐릭터에 그닥 매력을 못느끼겠다. 현실의 엄태웅도 마찬가지이고....
자신의 용기없음을... 못난 부분을... 여자를 상년으로 표현해서 돌리려하는 것은
전형적인 찌질하고 못난 남자아닌가. 그게 과연 스무살의 서투름인가 그냥 태생이 찌질한 남자인가.
명필름에서 요근래 내놓는 멜로영화들이 엄태웅이 등장하는데
이 남자 정말 이런 캐릭터로 일관된다.
남자들이 어찌어찌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은걸 믿지 못하고 여자의 하룻밤을 판단하여 오해하는 그 클리셰.
똑같은 것이 엄태웅이란 배우를 거쳐서 명필름이란 같은 제작사를 거쳐서 연달아 등장..
전형적인 남자들의 연애 실수담인걸까.
에휴... 뭐 다 그런거지.. 그래..
이런걸 나쁜 남자라 부르나 못난 남자라 부르나

하지만 공감면에선
스무살의 서연과 내가 굳이 비슷한 점이라면
음흉함이랄까. 자신의 서투른 감정을 숨기기 위해 가장하는 것 말이다.
그런 버릇은 사실 여든까지 가는 법.
물론 넘치면 어딘가 새기 마련이고 좋아하는 마음은 어느 누구에게도 숨길 수 없다.
그때 내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했던 거짓말들이 쌓이고 쌓여서 생각치도 않은 다른 인연을 만들어내고..
또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말이다.
내 마음을 표현하기 전에 숨기는 법부터 배워야했던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나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왜 그랬을까...
그래도 그렇게 얽히고 얽혀있던 일들... 그래서 단 하루도 그저 흘러간적이 없었던것 같은 그때가..
파나로마처럼 어렴풋이나마 흘러가더라.

씨씨출신들이 첫사랑과의 이별 이후 몇 년간 쫓아다니는 떼고 싶은 꼬리표들.. 물론 지금에야 그랬었나 싶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모르고 살아야 아련했을 첫사랑에 대한 망령을 가졌더라면 나는 훨씬 더 아렸으려나.
오히려 나에겐 그 나이대에 가졌던 모든 설레임과 엇갈림과 서투름을 떠올리며 이제 진짜 작별을 고하는 '안녕'같아
너무 마음이 시렸다.

모든 첫사랑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수지의 외모는 아닐 것이다.
어쨌든 풋풋했던 여대생이 서른중반의 까칠하고 예민한 여자가 되어버리는 점은
이게 슬픈건지 모를 감정이다.
어른이란 것은 그 추억에 기억에 담대해져가는 것
15년이 지난 후에야 그때 사실 솔직한 감정을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건지조차도, 게다가
지금은 그런 감정의 남은 편린 조차도 하룻밤으로 끝날 수 있는 것에 불과한...것으로 알아버린 나이의
이제는 소생할 수 없는 그저그런 어른이 되어버린건 아닐까싶다.

처음이라는 그 서투름과 설레임의 아름다움.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때 내 마음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 기계적으로 불편한 부분은 있다.
초반의 90년대가 너무 더 순수하게 그려진 부분.. 더 올드하게 그려진 부분.
여학생의 패션에 공감이 가질 않았다. 그때 그렇게 안입었다;
면바지에 박시한 티에 닥터마틴이나 이스트팩들고 생머리를 했어야지. 물론 쟌스포츠는 나오더만

덧글

  • 2012/03/26 00:10 #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 소장 2012/03/26 13:24 # 삭제

    니 다음 정모때 이스트팍에 생머리하고 나오라. 본 소장이 좋은 로바다야끼 가서 알탕에 레몬소주 사줄께.
  • cozet 2012/03/30 18:40 #

    난 물론 이스트팩에 생머리하고 안다녔으니... 소장님 저는 호가든이요 범에다가 병뚜껑 모아놔야하거든요
  • 소장 2012/04/02 12:30 # 삭제

    아... BUM...

    니 혹시 싸릿골이나 불잉걸 아느냐.. 가난과 찌질의 상징..
  • cozet 2012/04/13 13:10 #

    싸릿골이 감자전이랑 누룽지막걸리 팔던데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오 요새 내 인생 1/3은 기억에서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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