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세상 생각

타의 3/4 자의 1/4 정도로 올해 옮긴 어린이집의 우리딸 반에 부대표를 맡아 운영위원회 라는걸 참여 중이다.
어린이집에 분기별로 운영위원회가 운영되어 회계감사를 해야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그 뒤로 지역사회에 어린이집 원장의 입김과 참여가 꽤 크다는 사실. 그리고 지역구 정치인들과 연계된 지역개발 등의 움직임에도 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직장만 다니면서 이 동네에 10년을 살면서도 우리 동네가 이렇게 움직인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내 동생이 이런 원장 비위를 맞춰주며 어린이집 회장 엄마를 하며 7년간 아들 둘을 보냈다는 것은 참 경이롭다.
대체 무엇을 위해.. 그리고 내 보기엔 굉장히 비효율이 넘치는 시간낭비같은 그 일을 왜 했을까 싶다. 단지 내 자식 잘 봐줄까봐? 글쎄... 이게 얼마나 올드패션인가. 구태의연하고..

여기 어린이집 원장의 교육방침은 독일식 발도로프 등을 지향하는 매우 좋은 방침이라 조카들 다니는걸 보고 나도 여기로 오게 되었다. 어린이집 뒤 백사실계곡과 북한산자락으로 매일 아이들을 숲체험 시키는 이곳은 지리적 유리한 조건도 한 몫한다. 그냥 아파트 단지 내에 크는 대다수의 아이들과 달리 이 동네가 워낙 옛스럽고 개발이 덜 된 곳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작년에 직장을 다니느라 멋모르고 일단 보냈던 교회부속의 허름한 곳과 비교해보니 예산이나 선생님들 수준 원의 방침 같은 것이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리고 엄마들의 참여 역시 그런데 전에 어린이집은 부모의 참여 역시 전혀 없었다. 손으로 매일 적어주는 알림장으로 선생님과 소통이 거의 전부. 그것도 갈수록 적는 내용이 한 문장 정도로 줄어들어 나는 1년 내내 빽빽이 더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곳은 키즈노트라는 앱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몇 개월간 매일 알림장을 적었던 내가 유일한거라며 특이사항 없으면 안적어도 되고 선생님들이 매일 적어주는 아이의 생활 내용과 사진은 정말 감동일 정도다.
아주 마음 놓고 만족할 정도의 수준의 힘은 바로 예산에서 나오더라. 밀알재단이라는 재단이 뒷받침 해주고 있어 선생님들의 호봉에 따른 추가비용이나 다른 수당들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장의 교육방침에 좀 불편한 것이 있는데 바로 이웃사촌의 강조랄까? 좀 남의 사적인 영역에 간섭으로 훅 들어가려는 경향이다.
그래서 유독 부모참여나 자기 입지가 좀 커지는 노가다성 행사 등을 크게 벌인다던가 하는 일이 많은 듯 하다.
그렇게 이 운영위원회라는걸 하면서 보니 엄마들끼리도 일종의 카르텔 같은게 있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뒷담화들이 있는거다.
언젠가 한번은 모여서 점심을 먹다가 둘째 얘기가 나왔다.
여기 보내는 아이들 중에 외동이 극히 드물다. 우리 반에도 나와 친한 엄마 1명 뿐이다.
당연히 공격은 나에게 들어왔다. 왜 둘째 안갖냐고.. 처음에는 일해야한다 했다가 그 다음엔 나이라고 했는데 원장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듣기 싫은 나는 이걸 끝내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저 갑상선암 재발해서 회사도 나오고 지금 건강 회복 중이에요'
순간 모든 엄마들 표정도 굳고 원장도 자신이 멋쩍은 표정. 나는 더 피곤한 표정으로 지금도 힘들고 피곤하다고 했다. 그러고 나와서 어찌나 웃기던지... 내 동생은 뭐하러 그런 얘기까지 거기서 했냐는데 난 사실 별 상관없다. 병이 뭐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거짓말도 아니고.
동생말론 그냥 그런 얘기는 괜히 남의 얘기로 퍼진다고 했다. 한 엄마는 동생에게 내가 그 얘길 하고나서 앞으로 여기 안나오고 탈퇴할거 같다고 하더란다. 뭐 그걸 퍼트리던 말던 자기들 자유이니 난 상관없다. 그냥 뭐 별거라고 그런거 쉬쉬할 이유도 모르겠고 남의 삶에 간섭한 이상 다소 불편하고 미안했더라도 그들도 그런거 느껴야 쌤통이란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나에겐 그냥 웃긴 에피소드일 뿐이니까.
어차피 그 모임도 처음 들어간거고 내년부턴 할 생각이 없어서 그냥 관망모드이긴 한데 대부분 아이 둘 셋을 키우며 이곳을 오래다니면서 이 운영위원회도 계속 했던 엄마들이다.
동네에 유아관련 시설에 지역구의원들과 동참하며 의결권도 행사하고 주민동의도 구하는 모습은 참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말 다른 사람들이 아이가 같은 원에 다닌다는 구심점으로 모여서 더 나은 것을 도모하는 방향은 좋지만 원장이 작성한 회계보고서를 제대로 검토하는 것도 아니고 원장이 부탁하는거 들어주는 청원성격도 강하고 게다가 리더인 한 엄마가 좀 사회성이 부족하달까? 좀 네임드에 꼴불견으로 목숨건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욕하랴 뭐하 내보기엔 원장 수다떠는거 비위맞춰주고 고민 해결해주는 자리밖엔 안보인다. 지금 개축 중인 어린이집이라 현재 임시거처로 이사할때는 우리집 cctv까지 좀 기증해달라는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하는 것도 들었다.

지금 반년넘게 다니는 헬스장도 오전에 가다보니 50대 60대 아주머니들 천지인데 이 곳에서는 정말 이 동네 누가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다 들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남편 친구의 대학동기가 우리집에서 술을 한잔한 적 있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우리 조카 사범님이었고 그런데 그 분의 갑작스런 부고도 내가 헬스장에서 먼저 듣게 될 정도이다.
그 분이 우리집에 와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 동네 자하문터널 구기터널 북악터널안에 있는 모든 일들은 헬스장 아줌마들이 다 안다고..

직장 다니며 아침에 나가고 밤에나 겨들어와 자기만 했을 땐 모르던 세상이다.
세상은 밤낮으로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없던 곳 그리고 그 곳의 엄마들의 세상은 그렇게 모였다 흩어지며 타인의 삶에도 지극히 들어왔다 전파하고 또 동네의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도 모였자 흩어졌다 하며 지내는거다. 물론 그냥 자기만의 삶을 사는 이들도 많을 거지만 아무튼 자식이 이너서클이 생기는 순간 그 것에 따른 인맥과 그리고 그 이익을 위한 어떤 모임이든 편입되게 마련이더라.

다음 주에 또 마을장터라고 어린이집 엄마들의 참여를 권한다. 얼마 전 공터에 유아놀이터 건립으로 구의원과 주민센터에 갔다가 동네 어르신들이 결사반대하는 모습에 실망한 엄마들 얘기도 들었다.
엄마들의 세상도 깨나 정치적이고 진보적이다. 모두 다 나와 우리가 잘되라고 진행하는 일 아닌가. 사적인 영역이 좀 까발려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맞지도 않고 타인에 대한 관심도 많지 않은터라 꺼려지는건 사실이다. 그 경계를 지키는게 어려운 것일까.
물론 엄마들 아줌마라 불리는 것에 폄하도 아니며 그냥 모르던 세계의 진입에 대한 소회랄까. 아무튼 좀 어색하면서도 꺼려지기도 한 세상이다. 나도 엄마이면서 말이다.


덧글

  • 2017/10/20 01:35 #

    우앙 재밌다!! 좋아요 누르고 싶은 글이네요!!
  • cozet 2017/10/20 08:57 #

    폴에 요새 사는 생각도 함 읽고싶다 ^^ 엄마가 되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도 좀 달라지기도 하더라. 근데 주변에선 나는 좀 덜 엄마같데 ㅋㅋ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cozettt's twitter